달빛시리즈 기념 현수막. 삼성 제공 오는 25일부터 전통의 라이벌전 '달빛시리즈'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가 시작된다. '달빛 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 광주의 순우리말인 '빛고을'에서 따온 이름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자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 1·2위에 오른 두 팀은 가을야구에서도 여러 차례 맞붙었다. 1986년과 1987년, 1993년, 2024년까지 네 차례 한국시리즈(KS)에서 만났지만, 우승 트로피는 모두 KIA의 몫이었다.
첫 가을야구 맞대결이었던 1986년. KIA의 전신 해태가 웃었다. 1차전부터 연장 11회 혈투 끝에 4-3으로 승리한 해태는 2차전에서 삼성 선발 김일융에게 완투승을 내주며 주춤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둔 데 이어 4차전에서도 연장 11회 승부 끝에 승리했다. 5차전에서는 이만수의 홈런을 앞세운 삼성이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해태가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듬해에도 사자는 호랑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삼성에는 포수 이만수와 2루수 김성래, 외야수 장효조, 유격수 류중일 등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포진했다. 막강한 전력을 갖춘 삼성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과는 해태의 4전 전승 우승이었다. KS에 직행한 팀이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우승을 내준 사례는 지금까지도 1987년이 유일하다.
2024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 삼성 제공 1993년 KS에서도 악연은 계속됐다. 삼성은 2승 1무 1패로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해태가 5차전부터 3연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특히 5차전 이후 적극적인 주루와 작전 야구로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종범은 한 경기에서 한국시리즈 최다인 3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해태의 반격에 앞장섰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24년 KS에서도 웃은 쪽은 KIA였다. 삼성은 부상과 불운 속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1차전에서 삼성 선발 원태인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김헌곤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포스트시즌 최초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틀 뒤 재개된 경기에서 삼성은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불펜이 흔들리며 역전패를 당했다.
2024 한국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는 KIA 선수단. KIA 제공 2차전까지 내준 삼성은 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 홈런 네 방을 앞세워 반격했다. 그러나 4차전에서 김태군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대량 실점하며 다시 주도권을 내줬다. 벼랑 끝에 몰린 5차전에서도 디아즈와 김영웅의 백투백 홈런을 비롯해 초반 홈런 세 방으로 5점을 뽑았지만, KIA의 추격을 막지 못하고 5-7로 졌다. 이로써 KIA는 7년 만에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KS 진출=우승'이라는 공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PO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1990년 PO에서 삼성은 해태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고 KS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2차전은 극적인 승부였다. 9회 초 투아웃까지 패색이 짙었지만, 삼성은 극적인 2점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연장 11회 결승점을 뽑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서 강세를 이어가던 해태가 처음으로 시리즈 패배와 함께 탈락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삼성은 KIA의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한 역대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 7승 1무 16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KS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유일한 PO 맞대결에서는 웃었다. 다시 PO에서 만난 두 팀. 이번 가을, 삼성은 KIA와의 오랜 악연을 끊고 다른 결말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