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에서 KIA 박정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포스트시즌(PS)에서 KIA 타이거즈의 탄탄한 뎁스(선수층)가 빛을 발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LG 트윈스를 3연승으로 제압한 KIA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타선의 짜임새를 보여줬다. 준PO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도영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백업 자원들까지 제 몫을 해내며 곳곳에서 득점의 실마리를 만들어냈다. 주축 선수들이 해결사 역할을 맡는 사이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도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리드오프 자리는 어느새 박정우가 차지했다. 올해 KIA의 1번 타순 타율은 0.262로 8위, 출루율은 0.315로 리그 최하위였다. 특히 리드오프로 100타석 이상 나섰던 베테랑 김호령이 부진에 빠지면서 PS 대비 고민이 더 커졌다. 하지만 박정우가 타선의 출발점에서 역할을 해내면서 박재현을 2번에 배치하는 타순 구성이 가능해졌다. 3번 김도영을 비롯한 중심 타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상위 타선의 연결고리가 안정되면서 공격 전개의 선택지도 한층 넓어진 셈이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3회초 1사 1루에서 KIA 김규성이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박정우는 준PO 3차전에서 2안타 1볼넷으로 3출루를 해냈다. 1회 첫 타석에선 볼카운트가 노볼-2스트라이크로 몰렸으나 9구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내기도 했다. 박정우와 김규성뿐 아니라 박민, 이호연 등도 안타를 생산하며 힘을 보탰다.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면서 상대 투수로서는 어느 타순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타선이 됐다. 주축 선수에게 집중됐던 부담을 분산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러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선수층 강화에 공을 들였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을 관리하는 동시에 백업 선수들에게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를 앞둔 베테랑 나성범은 "(그동안 경기에 주로) 안 나갔던 선수들이 이제 나갈 때가 있지 않나. 그 선수들이 자기 역할 충실히 잘해준다. 베스트 라인업이 아니라 엔트리에 있는 선수 누가 나가든 이길 거 같다"고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고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KIA 선수단. KIA 제공
곳곳에서 터지는 타선,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백업 자원 그리고 선수단 전체에 퍼진 자신감까지. KIA가 가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가 경계해야 할 것은 김도영과 나성범,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만이 아니다. 엔트리 어디에서든 터질 수 있는 '뎁스 타이거즈'의 힘이 KIA의 가을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